Learning Community
동료학습, 상호평가, PBL 등등.
에꼴42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하는 단어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에꼴42를 상징하지 않습니다.
모두 뭔가를 구성하는 구성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에꼴42를 상징하는 단 하나의 단어는 이겁니다.
“(Learning) Community”
번역하면 “학습공동체 (커뮤니티)”입니다.
에꼴42에서의 정체성은 매일 모여서 공부하고 있는 1,000 여명의 “학습공동체” 입니다.
“집단학습이론”, “집단지성 학습법” 등을 기반으로 합니다.
“동료학습”, “상호평가” 등이 모두 이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에꼴42” 직원들도 학생들을 “커뮤니티”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Learning) Community”란 무엇이고,
왜 이런 식의 학습법을 쓰게 되었을까요?
사디락, 소피비제 교장이 발표했던 내용들과 관련 자료들을 찾아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정의
Learning Community = 학습공동체, 학습커뮤니티
공통된 교육목표나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공부하기 위해 반-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모임
이론적 배경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교육연구의 대상은 “개인”에 집중되었습니다.
어느날 이런 시각이 등장합니다.
“지식이란 본질적으로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만날 수 있는 현역들의 현장지식(노하우, 경험)이다.”
교육연구의 대상이 “집단”으로 넓어집니다.
“학습커뮤니티”에 대한 교육실험들이 생겼는데,
1984년 에버그린주립대가 “대학간 학습커뮤니티”를 최초로 만듭니다.
1990년대가 되자 이 문화가 미국 대학 전역으로 퍼집니다.
시작
“니꼴라스 사디락”교수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물리학 석사를 땄습니다.
이곳은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의 요람이기도 하죠.
그는 여기에서 커뮤니티 문화를 익히고,
프랑스에 돌아와서 “해커 커뮤니티”에 가입합니다.
TV에 나와 웹사이트와 ATM기를 해킹했는데,
이를 계기로 Epita 대학의 전산관리자가 됩니다.
그리고 Epitech 이 만들어질 때 총책임자가 됩니다.
(Epitech 은 Epita 가 만든 컴공과 특수 과정입니다.)
그는 “커뮤니티”에서의 경험을 Epitech 에 하나씩 적용합니다.
교사를 없애고 의무출석을 없애고 졸업장까지 없앱니다.
“피씬” 이라는 한달짜리 입학과정도 만듭니다.
2010년, 사디락 교수는 Zup de Co 라는 비영리 재단에 2년짜리 “웹 아카데미”를 오픈합니다.
Epitech 과정을 응용하되 웹프로그래밍만 제공한거죠.
이것이 에꼴42의 원형이 됩니다.
즉 에꼴42의 커뮤니티는 스탠포드와 해커 커뮤니티 문화에서 시작되었으며
약 20년 넘게 학교현장에서 운영노하우가 축적된 것입니다.
왜 “커뮤니티”인가?

사디락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디지털 스킬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Re-skill, up-skill)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커뮤니티 내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몰입하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좁은 의미는 작은 동아리입니다.
넓은 의미는 “지역사회”, “개발자 세계” 정도 됩니다.
“지역사회”라고 한다면
개발자들이 소통하고 만나는 활동공간 Space,
여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 Action, Event 등을 포함합니다.
커뮤니티 활동에는 “Meet-up”, “Seminar”, “Conference” 등이 있고,
작게는 “Pair Programming”, “Code Review”등의 코딩놀이가 있습니다.
개발자 지망생 1,000명이 매일 모여
무언가를 만들고 소통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지역사회”라고 부를만 합니다.
(1) 혁신이라고 부르는 이유
개발자 커뮤니티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닙니다.
집단학습방법도 새로운 게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교육법도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것들로 “에꼴42″를 혁신적이라 부르진 않습니다.
그러면 무엇때문에 혁신적이라고 부를까요?
현업의 커뮤니티 문화를 압축해서 교육현장에 구현한 것.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동작하고 있다는 것
이 두가지가 혁신이라 부르는 포인트입니다.
학교라는 테두리 내에서 현업처럼 역량을 기른다는 건,
좀 더 강해진 상태로 세상에 나갈 수 있다는 뜻인데요.
이건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입니다.
Java Spring 만으로도 취업이 가능하지만,
좀 더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면,
좀 더 도전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동료로서 사귈 수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이 인적 네트워크가 평생을 가기 때문입니다. (lifelong learning)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동작하고 있다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교육이 오래가기 힘든 이유는 교수자 수급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무를 배우려면 현역들로부터 배워야 하는데 교육현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교육프로그램이 좋아도 널리 보급되기 힘든데요.
교수자가 그만큼 생산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개발자 양성이 쉬워지려면 새로운 기술이 뜬 후 그 기술을 겪은 현업개발자가 충분히 많아지고,
그 중에서 교육현장에 오겠다는 개발자들이 있어야 제대로 된 그 기술 교육이 가능해지는데
그 때쯤 되면 이미 기술이 바뀌어 있습니다.
즉, 그런 일은 현실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신입사원을 가르치기 보다, 훈련된 경력사원을 뽑게 됩니다.
에꼴42가 “교육플랫폼”을 진화시키고, 집단학습 기반의 자가발전 체계를 유지하고,
“기술” 자체가 아니라 “문제해결방법”의 훈련에 집중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존속은 졸업자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 후배를 구할 수 있게 해주는데요.
이런 선순환 구조가 IT 비즈니스 세계에 직접적인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2) 왜 커뮤니티를 이룰까?
(개발자) 시장에서 “고객”은 “회사”입니다.
개발자는 “유무형”의 기술력을 “제공”해야 하죠.
회사에 더 가치 있는 기술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실력을 쌓고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회사가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공부는 회사 밖에서 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때문에
책이나 학원 강의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집필하고 찍어내는 기간 동안에 기술이 바뀌어버립니다.
교재만들기 어려우니 좋은 강의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오직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들과 어울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 외에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항상 경험과 지식을 공유합니다.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줘야 하기 때문에
Give and Take를 위한 “공유”와 “오픈” 문화가 기본입니다.
그런 개발자의 세계가 바로 “커뮤니티”입니다.
(3) 학생과 직장인
학교에선 “학생”이 요구하고 “학교”가 제공해줍니다.
회사에선 “회사”가 요구하고 “직원”이 제공해줍니다.
뭔가를 제공해줄 수 있는 프로로서 세상에 나가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도태되어 버립니다.
커뮤니티 안에서 동료를 찾고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건
개발자에게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 생존사항입니다.
즉, 에꼴42에서 PBL, 상호평가, 동료학습은
지식을 넓히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현실세계로 나가기 전 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자가 학습 도구” 입니다.
(4) 꼭 커뮤니티에 가입해야 하나?
대인 성향이 낮은 개발자는 커뮤니티에 나가지 않습니다.
업무에 바쁜 워커홀릭 개발자도 커뮤니티에 소홀합니다.
큰 기업이라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 선택을 누구도 나무랄 순 없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라면 그 누구도 고립되어 일하지 않습니다.
혼자서 모든 기술영역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커뮤니티라는 동아리 활동은 안해도 되지만,
“커뮤니티적 활동”에는 오픈되어 있어야 합니다.
집단학습, 장단점

1,000여명이 모여서 함께 있자면 학습법이 좀 다릅니다.
집단학습이라고 부릅니다.
개인학습과 반대말입니다.
집단학습이란 집단상태로 이루어지는 학습활동을 말합니다.
동아리, 독서 모임 등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종류의 학습법입니다.
집단학습법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처음 겪는 학생들은 당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사람의 사회학적 행동특징 때문입니다. (경쟁심리 등)
살펴봅니다.
장점
- 다양한 관점을 통해 창의력을 훈련시킬 수 있다.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는 훈련만 된다면)
-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한 고차원적 인지능력이 길러지는 효과가 있다. (융합과목이 되는 셈)
- 사회성이 자연스레 몸에 익혀진다. (협업태도, 책임감 등)
- 집단상황에 따르는 사회적 촉진효과에 의해 학습의욕이 향상된다. (분위기 편승, 경쟁심, 허영심 등)
- 실용지식의 경우 실천기회를 만들기 쉬워진다. (함께 해볼 동료를 구하기가 쉬우니)
단점
- 구성원의 지능, 능력 등이 고르지 못할 때, 학습능률이 저하된다.
- 집단의 사이즈가 커지면, 학습효과가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양극화된다.
- 집단적 압력이 형성되면 소극적인 학생의 경우 개인학습 때보다 학습품질이 떨어진다.
- 인간관계가 부적응 상태가 되면 학습의욕 자체가 떨어져버린다.
- 학습활동의 책임소재가 애매해서, 부진할 경우 되살리기 어려워진다.
- 능력차가 클 경우 학습내용의 질적인 하락이 발생된다.
- 지식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없어 불만이 쌓인다.
- 학습진도가 느려서 불안감이 커진다.
해결활동
여러가지 해결방법이 있으나, 몇가지만 발췌했습니다.
나중에 포스팅하겠습니다.
- 자유토의 : 구성원이 함께 각자의 문제와 불안감을 털어놓고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조언해주는 것
- 패널토의 : 소수의 구성원이 문제와 불안감을 털어놓고, 다수의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조언해주는 것
- 버즈 : 토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작은 규모로 토의그룹을 쪼개는 것.
- 예를 들어 6 x 6 방법 – 6명이 한 주제에 대해 6분간 토론한다.
운영자의 어려움
사람사는 사회라 “커뮤니티”는 종종 아래 상황으로 빠집니다.
“스태프”가 지속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 구성원들간의 다툼 (세력의 탄생)
- 소그룹으로 세력이 형성되어 갈등이 발생된다.
- 구성원들간 친밀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면 발생된다.
- 반대를 위한 반대가 형성되면서 그룹내 긴장관계가 형성된다.
- 집단 논쟁상태 (잘못된 경쟁의 발생)
- 집단의 능력에 비해 과도한 미션이 주어지는 경우 책임소재 갈등으로 비화된다.
- 소수자가 지위장악에 관심을 가지거나, 외부의 이익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 경쟁우위에 서기위한 비난이 발생된다.
- 집단 무관심상태 (가치생산의 실패)
- 비생산적인 논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무관심해진다.
-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아예 포기해버린다. 등등.
에꼴42에서는

커뮤니티는 커다란 장점을 주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문제들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파리캠퍼스도 이런 어려움을 오랫동안 겪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해결활동을 꾸준히 해왔으며 노하우도 쌓였습니다.
“이벤트 관리자”, “커뮤니케이션 관리자”
공식적으로 이런 업무가 운영되기도 합니다.
항상 완벽하게 해결되진 않지만, 여전히 캠퍼스는 활발합니다.
(1) 에꼴42의 목표는
“에꼴42″는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같은 학습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교육법이 있을텐데, 왜 에꼴42는 이 방법을 고수할까요?
왜냐하면 에꼴42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세계”를 카피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에꼴42는 자신들의 가치를 “현장에서 통하는 개발자들”로 입증하고 싶어 합니다.
소피비제 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실무보다 더 중요한 이론은 없다.”
“에꼴42″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파는 지식판매상이 아닙니다.
새로운 학문적 지식과 전달방법을 연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대로 된 개발자를 만들기 위해,
가능하면 좀 더 많은 현실세계를 교육현장에 투영하려 합니다.
즉, 이곳은 예비 개발자가 개발자 사회로 나가기 전
이것저것 연습하는 장소에 더 가깝습니다.
만일 개발자들의 현실세계와 생존트렌드가 바뀐다면,
그때는 에꼴42이 교육법도 바뀔 겁니다.
에꼴42에게는 “교육이론”이 아니라 “현장”이 먼저입니다.
(2) 이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사디락 교수는 말합니다.
“에꼴42에서의 근본적인 신념은 이제 (제도권 교육처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우리는 이제 지식을 전달하는 체계속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즉, 이곳에서의 최종목표는
코딩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 = 뭔가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뭔가를 창조해보길 바랍니다.
이곳을 뭔가 가르쳐주는 곳으로 알고 온다면 굉장히 실망하게 됩니다.
세상에 없는 대단한 지식을 공부하고자 왔다면 굉장히 실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수친구를 찾아 이곳에 왔다면 굉장한 장소가 될겁니다.
나와 호흡이 맞는 친구를 만나고자 왔다면 이또한 굉장한 장소가 될겁니다.
나와 함께 평생동안 같이 갈 개발자 그룹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곳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겁니다.
에꼴42은 독서실에 앉아 공부하는 학교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 배우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차차 풀어가겠습니다.
※ 참고
- Learning Community (Wikipedia)
- 학습공동체에 대한 핵심컨셉 (하버드 아동연구개발 센터)
- 학습커뮤니티에 대한 정의 (West, RE & Williams, G. (2018))
- 전문 학습커뮤니티와 시스템 개선에 대한 연구 (Alma Harris, Michelle Johns, 영국 스완지 대학, 2010)
- 왈든의 학습커뮤니티 연구 : 역할과 관계 (2012.12)
- 기타 등등…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