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 피씬에서 참가자들끼리 문제를 놓고 토의하는 모습, (2018.3, 암스테르담 Codam Coding College)

“강사도 없고 교재도 없고 학비도 없다”

에꼴42를 말할 때 이 문구를 꼭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음. 그래서, 도대체 뭐가 좋다는거지?’

솔직히 기업 입장에선 아무런 감동이 없습니다.
실력이 더 낫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그래서 “에꼴42″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총 3부작으로 정리할 예정이며,
첫째는 교육자 관점,
둘째는 기업관점,
셋째는 학생관점으로 바라볼 예정입니다.

이 글은 “교육자”(교육을 제공하는 사람) 관점의 글입니다.

1. 無교수, Zero Teachers

※ 도표설명 : 미국의 Gartner사는 매년 뜨는 기술들을 Hype Cycle로 정리해서 발표를 합니다. Visual Capitalist 사가 매년 최고점에 있었던 기술의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요점. 매년 유행하는 기술이 변한다.)

“최신 유행기술의 변화” (visual Capitalist, 2019)

“교수가 없는”

여기서 교수란 Professor, Teacher 등으로 표현됩니다.
“직업적으로 뭔가를 가르치는 사람”을 말합니다.
한글로는 “교수자”(가르치는 사람)라고 표현하겠습니다.

교수자가 없다는 건 교수자가 필요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Teaching” 행위가 필요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교수자가 없는 환경에서도 교육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1) 새로운 기술을 가르쳐야 하지만 교수자를 구할 수 없는 경우.
(2) 교수자 수급상황이 들쭉날쭉이라 안정적인 교육을 할 수 없는 경우.
(3) 학문적 탐구보다 사용과 활용방식을 습득하게 하는 게 더 필요한 경우.

이 세가지가 그 경우입니다.
딱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죠.

기술변화가 빨라서 숙련된 강사를 구할 수 없고,
있더라도 이직이 자유로워서 “안정적인 교육”이 어렵고,
(더 좋은 조건들을 자주 제안받습니다.)
학문적 탐구보다 기술훈련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강의형 모델”에서 “커뮤니티 모델”로의 전환

교수자가 없으니 단점이 있습니다.

지식습득을 동료, 인터넷 등으로부터 하기 때문에
정보검색능력이나 동료수준에 따라
습득된 지식수준이 천차만별입니다.

교육결과가 천차만별이라면 교육시스템으로서의 가치가 낮다는 뜻인데요.
에꼴42는 다양한 학습도구들을 사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1) “상호평가”시 랜덤매칭으로 다양한 시각을 만날 수 있게 합니다.
(2) 외부전문가(졸업생)과의 스킨쉽을 늘려 고수준의 지식과 경험들이 학교에 유입되게 합니다.
(3) 교육기간을 늘려 지식교정의 기회를 늘립니다.
(4) 기타 등등

2. 無교재, Zero Classes

※ 도표설명 : 소프트웨어가 복잡해지면서 테스트 분야도 복잡해지고 커지고 있음.
(요점. 소프트웨어 세계는 전통적인 수업으로 배울 수 없을 정도로 계속 복잡해지고 커짐)

“소프트웨어 테스트의 역사”

“교재가 없다니, 그럼 아무것도 안보고 배운단 말야?”
아닙니다. 교재가 없다는 것은 와전된 겁니다.
정확한 표현은 “수업이 없다”입니다.

“쎈 수학”처럼 정리된 교재 Textbook는 없습니다.
“과제” Subject는 있습니다.
자기만의 페이스를 따라 학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무때나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과제”를 풀면 됩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학습할 수 있도록 배려되었습니다.

과제 내용(subject)은 특이합니다.
이런식입니다. (실제 에꼴42의 과제는 아닙니다.)

  • 14층짜리 아파트에 두 대의 엘레베이터가 있습니다.
  • 1명은 10층에서 1층을 가려고 하고, 1명은 4층에서 12층을 가려고 합니다.
  • 이 둘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엘레베이터 로직을 짜세요.

이 과제는 이렇게 풀 수 있습니다.

  • 단순하게 “반복문”을 사용해서 작동하게만 합니다.
  • 확률모형을 도입해서 좀 더 잘 하려고 합니다.
  • 데이터 패턴을 모아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 더 많은 해결법이 있습니다.

즉 해법이 여러개인데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게 있습니다.
단순히 동작하도록만 만들었다면 채용면접 때 떨어집니다.
실력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다면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민”하는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기 위해 주변사람들과 토론해야 합니다.
다 만든 후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해보아야 합니다.

에꼴42 커리큘럼은 실력을 쌓기 위해 어떤 경험을 유도하는 “숙제의 집합체” a set of subject입니다.
이런 학습모델을 “실천학습 learning-by-doing” 이라고 합니다.
이런 성장방식을 “능동적 학습방식”(Active learning pedagogy)이라고 합니다.

단점이 있습니다.

수업이 없다보니 배경지식이 없는 초보자는 힘듭니다.
커다란 지식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기 힘듭니다.
잘못된 지식을 빨리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코드가 동작하긴 하거든요)

아쉽게도 에꼴42는 이 문제에 거의 관여하지 않습니다.
“잘못된 지식은 언젠가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음, 그렇긴 하지만 꼭 그래야 하나?’
멘토로서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이 글에선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3. 無학비, Zero Tuition

교육비가 없다. = 유지비용이 낮다.
= 같은 비용으로 오랫동안 교육을 유지할 수 있다. (지속성)
=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교육할 수 있다. (교육기회의 확장성)

‘無학비라니 자선사업 같은 건가?’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제공)자”로서의 시각도 있습니다.
이렇습니다.

자비에르 니엘이 “에꼴42″를 세운 이유입니다.
프랑스의 무료 교육은 평범하고 사립학교는 비쌉니다.
재능있는 사람을 발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재능있는 사람들이 쉽게 도전하고,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교육내용은 훌륭해야 하지만 학비는 없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무학비로 교육을 지속하려면, “유지비용”이 낮아야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유지비용이 낮아질까?
결국 교육수준이 낮은걸까?
아닙니다. 그것은 “교육”을 “시스템화” 했기 때문입니다.

(1) 교육과정을 계속해서 실험하고
(2) 고유의 학습방식(커뮤니티 기반)으로 패키징해서
(3)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교육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교육의 시스템화”는 “교육의 확장성”에도 기여합니다.
에꼴42가 전 세계에 30개 이상의 캠퍼스를 만들 수 있게 된 건,
교육이 시스템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약

“그래서 결국 뭐가 혁신적이지?”
학생이나 기업 관점도 있겠지만, 교육자 관점에선 이렇습니다.

(1) 효과적 개발자 양성 시스템

에꼴42는 기술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하는 사람을 만드는게 목적입니다.
스스로 연구하고 동료들과 토론할 수 있는 실습훈련환경을 제공합니다.

  • 1,000명 이상의 예비 개발자들이 모여 있어 마음대로 물어볼 수 있는 환경
  • 소프트웨어 원리와 기술들을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된 커리큘럼
  • 스스로 이것저것 해볼 수 있도록 24시간 오픈된 컴퓨팅 환경

이것이 첫번째 혁신입니다.

물론 에꼴42가 유일하진 않습니다.
다른 혁신교육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에꼴42의 효과성도 결코 손색이 없습니다.

(2) 커리큘럼이 아니라, 학습방식이 핵심

에꼴42의 교육플랫폼은 “수강형”이 아닙니다.
“문제풀이형 과제”를 숙제로 제출합니다.

“토론”을 통해 문제해법(What, How)을 연구하고, 답변을 “코드”로 제출합니다.
“상호평가”라는 이름으로 “코드리뷰”를 합니다.
Why와 How를 다시 토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에꼴42에선 “커리큘럼”이 아니라 “학습방식”이 핵심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받을 수 있게 합니다.
학생들은 반복훈련을 통해, 점점 개발자가 되어 갑니다.

실제 개발자가 살아가는 방식과 똑같습니다.
특히 리더형 개발자가 행동하는 방식과 흡사합니다.
사람과의 만남, 커뮤니티 속에서 성장합니다.

커리큘럼을 교육하는 곳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습관을 훈련하는 곳은 없습니다.

이것이 두번째 혁신입니다.

(3) 글로벌하게 입증된 교육의 지속성과 확장성

이 교육방식은 Epitech에서 시작해서 Ecole42로 이어졌습니다.
20년 이상 교육현장에서 검증되었습니다.
그 유효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지금은 전세계 30개국에서 똑같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졸업생들이 개발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즉 실력이 어느 나라에서나 통한다는 뜻입니다.

이게 가능한 건 현장형 학습방식을 꾸준히 연구하고,
교육현장에 활용할 수 있게끔,
“플랫폼” 으로 패키징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건 “에꼴42″가 유일합니다.

이것이 세번째 혁신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