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생부터 정한 목표
아주 어릴 적부터 저의 막연한 목표는 IT기업 CEO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코딩을 접했고, C언어 책만 읽다 포기하기를 수십번, 저에게 취미였던 코딩은 어느 순간 학업에 밀려 언젠간 도전해보고 싶은 꿈 정도가 되어 있었습니다. ‘대학에 가면 제대로 공부해볼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1년 정도를 제외하고 늘 저의 목표학과는 컴퓨터 공학과, 진로 목표는 개발자였습니다.
돌고 돌아 건축공학과
하지만 살다보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할 때가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대학 입시였고, 저는 전과를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학과보다는 대학을 보고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원치않던 과에 진학해 전과만을 바라보고 공부하다보니 학업에 흥미를 느끼기 힘들었고 저는 늘 학교 게시판을 보며 탈출구만을 찾아 다녔습니다. 나름 컴퓨터 공학과와 타과생이 함께할 수 있는 해커톤도 참가하며 조금씩은 개발에 발을 담궈볼 수 있었지만 저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탈출구를 찾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의미없는 발걸음으로 기숙사에서 내려가던 중 학교 게시판에서 42서울을 알게 되었습니다.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무기력한채로 학업과 학교생활 무엇 하나 챙기지 못하던 삶에서 뛰쳐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길로 저는 42서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무작정 들이대는 용기
덕질이 나를 키웠다
처음에 저는 42서울에서 그렇게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방송부 활동을 하며 과제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죠.
그러던 저를 또 한 번 움직이게 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방송, 연예계에 관심있는 카뎃들에게 이런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알려주신 것 이었습니다.
(이제는 활동을 마친)여자친구의 오랜 팬이었던 저의 마음에 그들의 소속사(인수된 회사)인 빅히트와 컨택할 수도 있다는 한 문장이 불을 질렀습니다.
그 길로 멘토님께 무작정 달려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개발자의 접점에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지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날 떠올린 아이디어 하나가 지금 저의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줄기인 ‘지덕체’의 시작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기
42과제가 점점 지루해고 있던 찰나, 주변 카뎃분들의 조언과 제안에 따라 멘토링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으로 큰 팀을 리드하고, 처음 웹 개발을 경험하고 그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오랜만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려 20명이나 되는 거대 팀을 이끌고 비공식 굿즈 판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무너져도 다시 한 번
그렇게 42에서의 첫 프로젝트도 실패하고 오랫동안 손을 놓은 42과제도 다시 시작하지 못한 채 슬럼프에 빠져있던 저에게 또 한 번 자극제가 나타났습니다.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고, 저라면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큰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뭐라도 다시 해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겼고, 혼자서라도 하나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따라하며 배우는 강의를 보고 빠르게 학습했고 일단 동작은 하는 사이트 하나를 만들어냈습니다.
운좋게 이호준멘토님의 눈에 띄어 멘토링을 받으며 계속해서 사이트를 개선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기
방향을 알면 나아가기 쉽다
사실 호준 멘토님께 멘토링을 계속 받지 않았다면 스켈레톤 코드 정도에서 그만 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멘토님께서 갈 때마다 미션을 내주셨고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신 덕분에 필요한 개념들을 빠르게 익히며 동작만 되는 코드가 아닌, 유지보수에 유리한 코드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다보니 어느새
그렇게 백엔드, 프론트엔드, 인프라 하나 둘 씩 개선해나가다 보니 어느새 저는 풀스택으로 웹사이트 하나를 완성해서 배포까지 완료한 학생이 되어있었습니다. 지덕체를 시작한지 단 3개월 만의 결과였습니다. 웹개발에 대해 전혀 모르고 프론트엔드, 백엔드도 구분할 줄 몰랐던 학생이 MVC패턴에 맞춰 리팩토링하고, 객체지향적으로 코드를 개선해나가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 하니 쉬워졌다
지덕체를 한 번 끝내고나니 웹사이트 하나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42서울의 출입 시스템이 불편하다고 모두가 느끼고 있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 분야에 자신이 생기니 팀원을 구하는 것도 쉬워졌고 필요한 기능들을 빠르게 추가해나가고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성장시켜나갈 수 있는 팀을 구축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고 싶었다
현업에 대한 열망
프로젝트를 하고 나아가 배포해서 서비스를 운영해보면서 늘 아쉬웠던 것은 학생으로서 배울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체크인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개발의 진짜 시작은 개발단계가 아닌 운영단계부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특수한 집단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어려운 점들, 그런 서비스에서만 배울 수 있는 점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점점 현업에 대한 열망이 커져갔습니다. 아직 현업으로 나아가기에 많이 부족한 실력이라고 생각해 망설여졌지만 멘토님께서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셨고 처음으로 이력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넘어져도 일어서기
물론 처음부터 붙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나름 이름있는 회사에 서류정도는 붙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렇게 오래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술 스택이 맞는 곳에, 저와 뜻이 맞는 곳에 조금씩 이력서를 넣어봤습니다.
기회는 운명처럼
오종인 멘토님의 소개로 로켓펀치에도 저의 이력서를 올려 놓았고 스타트업의 구인정보는 그 곳에 가장 많다는 말을 듣고 마음에 드는 회사들에 북마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북마크를 한 것을 보고 (최종적으로 제가 입사하게 된)스타트업의 대표님께서 감사하게도 먼저 연락을 주셨습니다. 저의 지덕체와 비슷한 점이 많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었고 아직 소규모 스타트업이라 배울 점이 정말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접
최종적으로 총 두 곳의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비슷한 맥락의 질문을 주셔서 하나로 모아 정리해보겠습니다.
- 지덕체와 체크인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프레임워크가 달라졌는데 이에 대한 이유
- 체크인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마주한 여러 에러에 대응하면서 어떤 점을 신경썼는지
- 실제 서비스에서 에러가 난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 해당 서비스에서 실제로 고민 중인 기능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ex. 엑셀파일 속 데이터와 데이터 베이스 속 데이터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 서버에 부하를 줄일 수 있는 방법
- 회사에 궁금한 점
저는 평소 알고리즘 등을 별도로 공부하지 않아 코딩테스트에 거의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다행히 두 회사 모두 알고리즘이나 cs적인 지식보다는 저의 프로젝트 경험, 실제 서비스를 하면서 경험하고 해결하는 과정들에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조금 더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감사하게도 면접을 본 두 회사에서 모두 합격 연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름 큰 스타트업과 신생 스타트업 사이에서 조금 갈등했지만 저는 조금 더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저에게 합격 연락 주신 두 회사 모두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고마운 사람들
나의 자존감 상승 버튼
42의 많은 카뎃분들과 스태프 분들, 그리고 멘토님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중간 정말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고,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믿어주고 응원해준 분들 덕분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단순히 해봤다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멘토링이었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마다 길을 제시해주셨고, 잘 나아가고 있는지 포기하지 않는지 확인해주시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3층에서 늘 카뎃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관심 보내주시는 멘토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무엇보다도, 나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꿈꿨던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달려와준 나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 이제 시작이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너무 고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눈 앞의 규모보다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저의 인생목표에 부합하는 선택을 망설임없이 해준 용기에 감사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정말 많습니다. 현업에서 열심히 구르면서 더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가겠습니다. 앞으로 42에서 저보다 훨씬 멋진 개발자로 성장해가실 카뎃분들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ryukim님, 빠이팅~ 응원해요. ~~
뭔가 눈물이 그렁그렁 거린다.. 류킴 항상 응원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