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특이하다. 네카라쿠배를 뺀?

네카라쿠배를 뺀 71개의 스타트업에 도전했고, 최종적으로 19개 기업에 합격했어요. 네카라쿠배를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 쪽 취업에 대해서는 나눌 게 없어요. 그런데 네카라쿠배가 아닌 곳에서 경력을 시작할 사람들이 훨씬 많잖아요. 42의 경쟁력이 더 커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됐어요. 다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이기 때문에, 그냥 참고만 해주시면 좋겠어요.

어쩌다 그렇게 많이 지원했나?

프로그래머스 썸머코딩(인턴)에 합격해서 사전 선택한 5개 기업에 서류가 넘어갔는데, 1곳에서만 연락이 왔고 그마저 1차 인터뷰에서 탈락했어요. 다음 프로그래머스 데브매칭도 합격해서 10개 기업에 서류가 넘어갔지만, 2곳에서만 연락이 왔죠. 현실의 벽이 높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채용 플랫폼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죠.

회사한테 피해가 가는 일 아닌가?

71개라는 숫자가 많아보이지만, 세상에는 훨씬 많은 회사들이 있어요. 기업들은 1명을 채용하기 위해서 71개 이상의 인재들을 검토하기도 하고요. 면접이라는 건 상호 간의 검증인 거니까, 마음에 아예 없는 기업에 지원하는 것만 아니라면 괜찮다고 봐요. 또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여긴 아니다 싶어지면 지원자가 빨리 중단의사를 전달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기도 했어요. 애초에 서류탈락이 많기도 했고요.

어떤 기준으로 지원했나?

자체 서비스가 있고, 서비스 매력도가 있는 회사를 기준으로 찾았어요. 엔지니어가 개발하려는 것에 관심이 없으면 몰입과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42처럼 동료와 시행착오를 통한 성장이든, 시니어의 리뷰에 의한 성장이든 2-3년 후 성장한 제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회사들을 찾았어요.

보통 합격하면 바로 취업하지 않나?

사실 프로그래머스 썸머코딩 전에도 이미 지인들의 스타트업에서 합류 제안이 2개 있었어요. 썸머코딩 다음의 데브매칭에서도 1곳에 합격했고요. 하지만 채용 프로세스를 많이 밟아보는 게 다양한 개발문화의 이해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제 시장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싶었어요. 42에서 보낸 시간들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죠. 갈 수 있는 한 저와 가장 맞는 회사를 찾아서, 나중에 돌이켜봐도 후회하지 않을 입사를 하고 싶었어요.

이후에는 어떤 경로로 지원했나?

대부분 원티드에요. 시리즈 A 이후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원티드에 공고가 있어요. 스타트업 투자 뉴스를 계속 보다가, 원티드에 공고가 없으면 자체 사이트나 노션에 가서 지원한 경우도 있어요. 로켓펀치의 경우 상대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이 많아서, 성장을 예측할 수 없다보니 서비스 매력도나 차별화가 큰 경우에만 신중하게 지원했어요.

원티드의 경우 이직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보니 신입이 가능한 공고가 많지 않은데요. 저도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나중에는 3년차 이상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공고가 아니라면 일단 넣었어요. 그런데도 합격을 한 걸 보면, 그런 문구들은 셀프 필터링의 목적이 큰 것 같아요. 본인 실력에 최소한의 자신이 있는지 물어보는 거죠.

이력서는 잘 썼나?

못 썼어요. 원티드로 지원했던 처음 몇 십개의 기업들은 대부분 서류탈락을 했죠. 42의 비상주 멘토이신 이태영 멘토님차경묵 멘토님에게 이력서 피드백을 받았어요. 많은 것을 배웠고, 서류 합격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졌어요. 궁금하면 멘토링 채널을 두드려보기를 권해요!

이력서에 대해 가장 크게 배운 것 하나만 공유하자면, 관성에 갇히면 안 된다는 거에요. 가령 트렌센던스를 이력서에 쓴다고 해서 프로젝트 이름이 트렌센던스여야만 할까요? 웹서버는 Webserv로 써야 할까요?

심지어 저는 채용 플랫폼이 권장하는 이력서의 패턴 몇 개를 고의로 어겼는데요. 물론 그래서 서류 탈락이 된 곳도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유의미한 성과들을 거뒀다고 생각해요.

프로젝트 경험은 어떻게 채웠나?

42 과정 진행 중에는 네트워킹 활성화를 위한 슬랙봇과 C++ 생산성 향상을 위한 터미널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42 이후에는 기술 문서 작성을 위한 린터와 텍스트를 디자인된 서식의 책으로 엮어주는 PDF 컨버터를 만들었고요.

저의 기술 범위가 넓거나 수준이 높은 건 명확히 아니에요. 하지만 인스타그램 클론처럼 전형적인 기술, 패턴, 아이템으로 짜여진 취업용 프로젝트는 하지 않았어요. 기술을 배우거나 이미 솔루션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하는 스타트업은 없잖아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새로운 문제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온 태도를 기술보다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코딩 테스트는 얼마나 준비했나?

BOJ, 리트 코드, 프로그래머스 문제들을 주로 풀었어요. <파이썬 알고리즘 인터뷰>와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 세트(종만북)>, <코드 없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구조>로 준비했고요.

정렬 알고리즘과 그래프 이론들을 익히는 데 시간을 많이 썼어요. 오프라인 인터뷰에서 정렬 알고리즘을 수도코드로 구현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들었고, 그래프는 프로그래머스 채용 프로그램에 많이 나왔거든요.

돌이켜보면 과하게 준비했어요. 호프크로프트-카프 이분매칭 알고리즘, 포드-폴커슨 최대 유량 알고리즘 같은 것들은 일반적인 스타트업 코테에서 나올 일이 없거든요. 최소 신장 트리, 컬러링, SCC, 위상 정렬도 모두 마찬가지에요.

그래도 그래프는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모델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한 방법론이기에, 꼭 해야 할 공부를 미리 했다고 봐서 후회하지는 않아요.

CS는 어떻게 준비했나?

CS는 레퍼런스들이 많기 때문에 따로 나눌 얘기가 많지 않아요. 중요한 포인트들만 공유해보자면 Q&A는 파편적이기 때문에 책이나 기술 문서들을 통해 기본기를 먼저 쌓으려고 했고, 레퍼런스의 답변은 무시하고 Q만 참고하여 개인적인 언어로 답변들을 정리했어요.

Q&A 를 외워가서 그대로 얘기하고 잘 대답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저도 처음에 그랬어요. 몇 번 떨어지고 정신을 차렸죠. 레퍼런스보다 몇 배는 상세하게 대답하거나, 경험에 근거한 자기 관점을 얹을 수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면접관이 Q&A를 그대로 낸다는 건 최소한의 지식을 점검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레퍼런스에 없는 무엇을 대답으로 준비해왔는지 궁금해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컬쳐/임원 인터뷰는 어땠나?

감사하게도, 컬쳐 인터뷰나 임원 인터뷰에서 탈락한 경험이 한 번도 없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함이 큰 이유였다고 생각해요. 솔직함에 대해서는 에피소드들이 많은데요.

“아까 OO 기술 경험에 대해 질문하셨을 때 없다고 대답했는데, 사실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안 났어요. 그대로 대답하면 관련한 공부 경험 자체가 거짓으로 보일 것 같아서 없다고 대답했어요. 바로잡고 싶어요.”

“제가 이 회사에 대해 유일하게 걸리는 건 구직 사이트에서 본 OO 리뷰에요. 저한테는 문화적으로 중요한 문제여서, 경영진 분들에게 입장을 여쭤보고 싶었어요.”

“이 회사는 OO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고, 저도 그래서 지원했지만 채용경험에서는 그 가치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혹시 제가 오해한 걸까요?”

누가 봐도 면접자 이미지에 좋을 것 없는 마이너스 질문이었는데요. 안 맞으면 결국 서로 손해니까, 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또 있는 그대로의 회사를 알아가자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어요.

면접관 분들은 가짜 답변이나 면접용 답변을 가려내는 데 베테랑이고, 아무리 좋은 답변을 하더라도 그게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것 같아요. 회피용, 방어용 답변도 마찬가지고요.

제 경우에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냈을 때 대부분 좋은 결과가 돌아왔어요. 에피소드처럼 불편한 얘기만 했던 것도 아니고, 회사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나 채용 프로세스에서 감동을 느낀 포인트 등 전반적으로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가장 어려웠던 건?

회사들이 한 번에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니까, 불확실성을 가진 상태에서 합격한 회사를 계속 거절하는 게 특히 힘들었어요. 특히 마지막에 합격한 회사들 중 어디로 갈 것인가도 굉장히 어려운 고민이었고요. 주변 사람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김수보 멘토님도 뵙고, 회사 실무자들과도 이야기해보고, 저만큼 저를 잘 아는 지인들과도 함께 고민하면서 답을 찾았죠.

희망 연봉을 말하는 것도 어려운 주제였어요. 내규에 따르겠다는 말은 대기업용 대답이고, 실제 스타트업 인터뷰에서는 끝까지 물어보더라고요. 스스로 시장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얼마만큼의 경제적 만족을 원하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돌이켜봤을 때 후회되는 건?

해리포터를 보면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승강장을 믿고 벽에 부딪혀야 하거든요. 개발자 취업에도 그런 승강장이 있는 것 같아요. 진짜로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슈 하나를 붙잡고, 기술적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본 경험이죠. 그 승강장을 제대로 믿지 못해서 취업이 이렇게 복잡해지고 어려워지지 않았나 후회해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

42만으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으로 불충분하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교재와 교수는 없지만 문제는 주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기술도 정해주기 때문에, 문제를 잘 해결했는지 평가하는 기준까지 주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거죠. 공통과정을 수료한지도 반 년이 넘었는데, 돌아보니 이런 부분들까지 주도적으로 할 수 있었다면 취업은 더 쉬웠겠다 싶더라고요.

멘토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고, 본인과 맞는 멘토가 따로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멘토님들을 일찍부터 만나보시면 좋겠어요. 혹시나 저에게 궁금하거나,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슬랙으로 DM 주셔도 좋고요!